검수완박이라는 현대사 최고의 코미디 입법쇼에 대한 내용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보류하고 중재안을 내놓았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모두 수용했다.
중재안의 주요 내용은 유예기간을 늘리고, 수사범위를 6대범죄에서 2대범죄로 축소하고(+특수부도 축소하고), 한국형 FBI 개념의 중수청을 설치한 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의 문제점에 대해 짚고넘어가본다.
검찰에게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된 내용의 핵심은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숨겨주고 은폐하고, 죽은 권력은 죽자살자 물어뜯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반복되어 왔고 이것이 주된 내용이다.
두번째가 막강한 권한과 견제에 대한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단골로 나온게 검사의 부패와 비리에 대한 내용이다.
첫번째 핵심인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가장 망쳐놓은건 바로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다.
정권을 수사하는 검찰 조직을 인사권으로 완전히 와해시키며 정치검찰 길들이기에 나선 주체가 바로 이 집단이기 때문이다.
정권초기에는 전 정권 수사를 위해 특수부를 확대시켰다가, 정권을 수사하니 수사지휘부를 강제 해산시키고 친정권 검사들 중심으로 요직에 임명했다가, 정권교체가 되자 퇴임 직전에 수사권을 박탈하려고 온갖 꼼수를 다쓰는 양아치라는 말도 아까운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정치권력과의 유착 등 독립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는데, 역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며 성과를 보인 검사는 국민검사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심재륜 전고검장과 안대희 전대법관이며, 윤석열 당선인도 정권에 상관없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한게 다수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며 대선승리를 거머쥐게 한 시작점이자 원동력이었다.
(국민의힘 경선의 경쟁자이자 지난 대선의 후보였던 홍준표 역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검사로서의 명성을 남겼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는 만큼, 살아있는 권력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국민의 환호를 받았던 수사의 주체였지만 어느 한편에서는 집중적인 공격 타겟이 되어 없어진게 바로 대검 중수부이고, 검찰의 수사권은 6대 범죄를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박병석 중재안이 통과되면 2개만 남았다가 0으로 사라진다.)
독립성의 폐단을 없애는 건 수사권을 없애는게 아니라 독립성을 살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놀아난다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야당 추천인사가 많게 셋팅을 한다던지, 수사를 하는 검사를 좌천시킬 수 없게 인사권에 대한 장치를 마련한다던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뭉개지 못하도록 책임수사제를 통해 검사들에게는 직무유기에 있어서만큼 가벌성을 확대하는 등 여러가지 요소를 둘 수 있다.
근데 검찰의 독립성이 문제니까 수사권을 없앤다?
극히 일부를 일반화하여 특정 주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프레임을 거는 것 자체도 큰 문제다.
국회에서도 황운하, 최강욱 같은 피고인들이 그들 입맛에 맞는 입법권한을 행사하니 국회도 입법권한을 없애고, 법원도 정권 입맛에 맞게 판결하는 정치판사들이 있으니 사법권한을 없애야 하는건가?
권한이 막강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면 되고, 권한을 남용하기 어려운 장치를 두면 된다.
지금 검찰개혁이니 검수완박이니 떠드는 것들은 정말 이상하게도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야만 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 움직이고 있는데, 이게 진짜 무서운 것이다.
여기에 말려서 (수사권은 없애야 되는데) 어떤걸 얼만큼 언제 없애야되나가 논쟁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수사권을 없애야 된다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역으로 지금까지 살아있든 권력을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해왔던 대검 중수부를 살리며 수사권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가능한데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은 없다.
어느 순간 '검찰의 수사권은 없어져야 한다'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한쪽 방향으로만 논의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언제든 그들을 겨눌 수 있는 칼을 무디게 해야겠다는 마음만큼은 동일해 보인다.
검찰의 또다른 단골 문제제기는 막강한 권한과 견제에 대한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권한이 강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국회와 법원도 대상이 된다.
다른 행정부처와 달리 국회와 법원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국회의 권한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강하다고 주장하는 검사의 수사권이나 기소권도 결국엔 법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청와대와 각 행정부처도 정책을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코로나니까 4명만 모이라면 4명만 모여야 되고, 10시 이후에는 못모인다고 하면 모일 수 없는 것도 삶과 직결되는 엄청난 권한 아닌가?
누군가에겐 지자체의 각종 인허가권이 가장 두렵고, 누군가에겐 국세청과 세무서의 징수권이 가장 두려울 수 있다.
권한이 강한 곳에서는 그만큼 일탈이 나올 수 있는데, 그 일탈이 나오는 것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일탈이 나왔을 때 잘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근데 그 권한 자체를 박탈해버린다?
이 발상이 정말 말도 안되고 역겨운 것인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주장한다고 좀비처럼 아무생각없이 중얼거리는 집단을 보면 정말 감탄만 나올 뿐이다.
검찰의 권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세트로 묶여나왔던건 다른 국가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검사는 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사실관계 자체가 틀렸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 얘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국가는 법률로 검사의 수사권한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물론 95% 이상의 수사를 경찰이 하는 대한민국처럼, 위의 국가들도 검사가 전면에서 수사를 한다기보다는 수사지휘, 보완수사, 중대범죄만 수사하는 개념이니 결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자꾸 사과를 바나나라고 반복해서 우기니까, 진짜 바나나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선동꾼들의 프레임화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의 권한인 수사와 기소는 완전히 분리될 수도 없고, 분리되서도 안된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통해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게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민주당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참고해 검찰이 이른바 공소청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태어난다 했을 때,
수사 역량과 경험이 없는 공소청은 청구하라면 청구하고, 기소하라면 기소하는 일종의 단순 대리인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경찰 - 검찰 - 법원]의 구조에서 [경찰 or 중수청 등 수사기관 - (기소 및 각종 영장청구 대리인) - 법원]의 구조가 되면
죄를 숨기려는 범죄자들은 이득을 볼 것이고, 억울하게 누명을 받는 자들은 구제의 기회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법률과 수사의 전문기관인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그 조직의 역량과 경험을 백지화시키는 셈이고,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전문 필터링 기능을 삭제함으로써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올 것이다.
민주당은 수사기관을 자꾸 늘리면서 형사사법체계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
민주당이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검찰의 수사범위를 한정시켜 놓으면서 검찰, 경찰, 공수처 간에 사건 넘기기인 일명 핑퐁게임이 등장했다.
중수청이 생기면 경찰과 중수청, 공수처가 수사 범위나 주체에 대해 핑퐁게임을 시전하는게 또 반복되고 확대될 것이다.
사건 넘기기 핑퐁게임의 피해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형사사법체계는 수사권조정 이전, 공수처가 생기기 전이 가장 깔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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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수용했는데, 진짜 멍청한 협상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 사람이 검사시절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도 그려진다.
기존 국민의힘 입장은 검수완박이 말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근데 '유예기간 늘리고, 수사범위 6개를 일단 2개로 줄이고, 중수청 만들고 검수완박 한다' 라는 중재안에 동의했다.
어떤 그림이냐면,,,
피고인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검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징역 10년으로 줄여준다고 하니까, 무죄를 주장하던 피고인이 '감사합니다'하면서 징역 10년이 줄었다고 좋아하며 수감되는 셈이다.
이정도 수준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검사시절에 아래와 같이 일했을 것이다.
A, B, C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있다.
권성동 검사는 혐의 입증이 어렵자 피의자에게 제안을 한다.
"가장 경미한 죄 C만 자백하고 좀만 들어갔다가 나오면 중범죄인 A, B는 없었던 것으로 할께"
그렇게해서 10년형 이상의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C범죄로 1년형만 살게 되고,
권성동 검사는 1년형으로 구속시켰다고 좋아한다.
줄거 주고 받을거 받았다고 자화자찬한 권성동 원내대표의 협상 클라스 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