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선거가 박빙의 승부 끝에 김동연의 승리로 끝났다.
1만표가 안되는 표차이로 김동연이 역전승을 했는데, 강용석이 받은 표가 5만표가 넘어 이래저래 말이 많다.
여기서 재미있는건 강용석 '때문에' 김은혜가 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기사들의 댓글들을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댓글 쓴 사람의 히스토리까지 보면 더 재미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상대 후보 때문에 졌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 기준으로 이재명이 윤석열 때문에 졌다, 이재명이 심상정 때문에 졌다는 말은 하는 순간 개소리가 된다.
그럼 지난 대선 기준으로 홍준표가 안철수와 유승민 때문에 졌고, 그전에는 문재인이 박근혜 때문에 졌나?
노태우가 당선될 때 김영삼은 김대중 때문에 졌나?
특정 후보가 특정 후보'에게' 졌다는 것은 말이 되지만, 특정 후보 '때문에' 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왜? 경쟁자들이니까 말 하는 순간 코미디가 되는 것이다.
경쟁자를 이겼거나, 경쟁자에게 졌으면 졌지, 경쟁자가 나와서 그 사람 때문에 졌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코미디다.
선거는 누구나 출마할 수 있고, 대한민국은 복수정당제이다.
홍준표만 봐도 지난 총선 때 무소속으로 당선이 되었고, 검수완박 최악의 협상자 권성동도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는데,
그럼 그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는 그 사람들 출마했기 때문에 진 것인가?
애초에 말이 안된다.
김은혜가 김동연에게 진 것이지, 김동연 때문에 진 것도 아니고, 강용석 때문에 진 것도 아니고, 황순식, 송영주, 서태성 때문에 진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진짜 웃긴 부류를 소개한다.
1번 주장 : 강용석과의 단일화는 흡수되는 것보다 이탈되는 표가 더 많다. 안하는 것이 맞다
2번 주장 : 강용석이 끝까지 완주해서 김은혜가 졌다. 강용석이 쓰레기다.
워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1번과 2번류의 주장을 동시에 하는 부류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건 말 자체가 안되는 모순이다.
양립불가한, 즉 성립 자체가 안되는 내용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강용석과 단일화가 마이너스라면, 단일화를 안했으니 김은혜는 최선의 선택을 한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김은혜가 근소한 표차이로 지니까 강용석 표 때문에 졌다는 것이다.
이 무슨 미친 개소리인가?
댓글 내역들을 보면, 이런 인간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부류들이 백수인지 몰라도 엄청나게 댓글을 달고 다닌다. (특정 세력으로 추정되기도 함)
강용석과 합치면 마이너스라고 하면서, 지니까 강용석 책임이라는 자들은 정말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정상적인 부류들은 하나만 주장하는 것이다.
1번 하나만 주장 하거나 2번 하나만 주장하는 것이다.
2번을 주장하려면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단일화 효과를 긍정하고 필수요건으로 넣는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가 선거에 임하는 후보에게 의무인 것은 아니기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정당하진 않다.
1번 주장을 하고, 양립 가능한 다른 주장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일화 안하는게 맞고, 김은혜가 부족해서 진 것이다."
이런 주장이라면 적어도 논리적인 비약은 전혀 없다. 타당하다.
근데 위와 같은 주장들을 존중은 하지만,
정치에 대한 배경지식 있다면 저런 소리(단일화해도 안된다.)를 쉽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선거의 역사는 박빙의 승부에 있어서만큼은 결국 단일화를 한 쪽이 이기는 결과의 연속이었다.
'강용석과 단일화하면 김은혜 표가 더 많이 이탈할 것이다.' 라는 주장. 과연 그렇게 될까?
투표라는게 대부분 본인이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도 차악을 선택한다는 스스로의 명분 하에 투표를 한다.
이번 김은혜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에게 물어보자.
1) 김은혜의 공약이 민주당이나 상대 후보인 김동연과 차별점이 없었다는 점,
토론할 때 상대의 질문에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본인이 하고싶은 말 중심으로 답변하는 점,
재산 축소 신고가 선관위도 인정한 명백한 위험요인이라는 점,
등을 인지하고도 본인들이 그것들을 합리화할 수 있는 나름의 명분을 앞세워 표를 주지 않았나?
애초에 어느정도 하자가 있음에도 알면서, 그것을 인정하고 표를 줬는데,
본인이 싫어하는 후보나 세력과 단일화를 한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는 스탠스로 변한다??
2) 물론 공약도 모르고, 토론도 안보고, 어떤 이슈가 있는지 모르고 투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일화에 별로 관심없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어차피 마음 속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많을 것이다.
(비단 김은혜, 강용석 후보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애초에 50프로 투표율이라는 이탈할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이탈한 선거에서,
1) 정치에 대한 관여도도 높고 디테일하게 이것자것 고려해 김은혜를 찍기로 했는데
막판에 하나의 요소가 마음에 안든다고 실제 투표에서 이탈해버릴 유권자가 몇이나 될까?
2) 어차피 잘 모르겠다는 저관여 저인지 상태지만 어쨌든 김은혜를 찍기로 했는데
누군가와 단일화 한다고 추가로 이탈해버릴 유권자가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박빙의 선거에서는 다소 이념의 차이가 있고 지지층이 다른 후보간일지라도 단일화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큰 전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국민의힘과 김은혜, 강용석 모두의 입장에서 단일화는 필수였다고 본다.
단일화는 결국 세력이 큰 사람이 키를 쥐고 움직이게 된다.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고, 적정 선에서 양보를 해줄 것을 해주면서 상대를 예우해주고 손을 잡으면 된다.
선거를 포기하게 하는 만큼, 대가를 적정하게 지불하는게 단일화 협상의 핵심이다.
대선에서 윤석열은 이준석의 반대에도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이끌어냈다.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은혜는 이준석의 반대에 강용석과의 단일화를 이끌어내지 않았다.
윤석열은 대선 승리 직후 양 옆에 안철수와 권영세를 뒀고,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지속적으로 찬물을 부으며 선대위에서도 뛰쳐나온 이준석은 윤석열 당선 당시에 똥씹은 표정을 하며 안철수 옆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래 게시물에 김은혜가 이준석을 손절하지 않으면 폭망이라는 글을 남겼었다.
그런데 김은혜는 이준석을 손절하지 못했다.(안한건가?)
그리고 아래 게시물에는 국민의힘이 이준석 체제를 유지하면 경기지사를 민주당에 줄 것이고,
이준석을 버리면, 경기지사는 국민의힘이 가져올 것이라고도 남겼었다.
역시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버리지 못했다.(이것도 안한건가?)
어차피 강용석의 요구대로 토론을 3회를 하든, 10회를 하든,
김은혜는 강용석을 이기고 경기지사 후보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동연과 붙어서 이겼을 것이다.
결국은 이준석이 시원하게 말아먹은 것이라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은 이준석에게 말려들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김은혜와 국민의힘은 이준석에게 제대로 말렸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정부가 취임하고 1달도 안된 완벽한 타이밍,
민주당이 검수완박으로 민심을 잃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무경력자를 대표급 자리에 앉혀서 표를 날리는 와중에도,
결과적으로 최저 투표율에 경기도지사를 김동연에게 내주었고, 인천 계양을 이재명에게 내주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썩 좋지 않은 성적표이다.
나름 예상을 적중하고 있는 일개 블로거 입장에서 또 예측+조언을 해본다면,
오늘처럼 김기현과 같은 당지도부 인사가 이준석을 억지 커버쳐주는 말도 안되는 언행을 하고,
윤리위가 이준석 징계를 어영부영 넘긴다면,
국민의힘은 2년 뒤 총선에서 완전히 개박살이 날 것이다.
민주당이 대깨문 같은 강성지지자들과 개딸들인지 뭔지 하는 인터넷 상에만 존재하는 팬덤의 부작용에 말린 것 처럼,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로 서식하며, 여론몰이를 해나가는 특정 세력들과 무지한 팬덤에 놀아나 내로남불을 보여준다면, 또 단체로 사과하며 정당 이름을 바꾸는 날이 올 것이다.
글이 길어졌는데 반응이 괜찮으면 다음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강용석의 문제에 대해서 정리해보겠다.